<지명따라 역사찾아> 의정부를 다시 품다. 5

2022.09.07 13:41:44

치유(治癒)와 평화(平和)의 땅, 의정부(議政府)로 거듭 태어나자.

아임뉴스-우리가 언론이다. 시민 기자단! |

 

 

의정부 금오동 산45-20(산장 아파트 옆)에 있는 ‘의순공주의 묘(족두리 묘)’에 가보셨나요? 가보신 분들은 깜짝 놀라십니다.

이건 묘가 아니에요.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쥐가 파먹은 것 같은 모양을 한 묘를 보는 순간 마음의 바닥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왕도 못 한 조선 백성의 목숨을 구한 여인.’의 묘라고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관리 상태에 놀란 입을 닫을 수가 없죠.

그런데 말입니다! 더 놀라운 건 지금의 이 묘마저도 앞으로는 볼 수 없게 될 거라는 사실.

도시계획상 의순공주묘를 완벽하게 치고나가는 도로(道路)가 진행 중이니까요.

현재 이 도로는 의순공주 묘 앞 100m앞 까지 도달되어 있습니다. 바로 코앞까지 온 거죠.

나라를 구하였으나 살아서는 환향년이라 손가락질 당하고, 죽어서도 편히 쉴 공간조차 사라져야 하는 의순공주의 현 상황.

살아있는 우리가 의순공주를 두 번 죽이고 있는 겁니다. 지금.

 

 

문화관광과 공무원에게 물었습니다.

“평소에 묘 관리도 안 되고, 새로 도로가 나면 의순공주묘가 사라진다는데 왜 그러는 겁니까?”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서 그래요.”

“그럼 문화재로 지정을 해서 관리도 하고 사라지지 않게 지켜야 하지 않나요?”

“역사적 상징으로서 가치가 없고요. 그건 문중에서 알아서 해야 할 사안이죠.”

“역사적 상징으로 가치가 없다고요? 그럼 ‘의순공주대제’는 왜 합니까?”

“‘의순공주대제’는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으니까요.”

“의순공주 묘를 문화재로 등록하면 되지 않습니까?”

“의순공주 묘는 역사적 상징으로서 가치가 없기 때문에 문화재 등록이 안 된다니까요.”

공무원 그들의 답변은 늘 똑같습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앞뒤 안 맞는 말을 교묘하게 만들어 말꼬리 잡기를 하죠.

그렇다면 의순공주의 묘를 지키기 위해서 살아있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요?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116번지(뺏벌마을 입구)에는 ‘양공주’ 누나들의 놀이터이자 재활공간으로 시작되어 현재는 기지촌 성매매를 포함하여 성착취인신매매 근절과 군사주의 반대를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 ‘두레방’이 있습니다.

 

 

인권운동가 ‘문혜림(문동환 목사의 부인, 2022년 3월 11일 별세, 향년 86세)’에 의해 1986년 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의 주한미군 2사단 사령부 캠프 레드클라우즈 앞에서 시작, 90년대에 뺏벌마을로 이전하여 명실공히 ‘양공주’ 누나들의 권익과 취업, 이민 관련 활동을 지원해 온 전국 최초의 기지촌 여성 지원 민간단체죠.

그러니까 ‘두레방’은 36년 동안 의정부의 기지촌 누나들과 함께 하면서 그녀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을 도맡아 해온 단체입니다.

우리가 ‘양공주’, ‘양색시’라며 손가락 질 할 때 ‘두레방’은 최전선에서 의정부의 이러한 모순된 행동을, 대한민국에 의해 저질러진 폭력을 고발하고 맞서 싸워준 고마운 단체인 거죠.

현재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소속이기도 한 ‘두레방’은 최근 다른 여성인권단체들과 연대하여

지금은 혼자 자립할 수 있는 나이를 훌쩍 넘어버려 노인이 되었을 기지촌 우리 누이들에게 엄청나게 도움이 되는 사건을 하나 저질렀다고 하네요. 그동안 끝임 없이 주장했던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복지향상과 생활안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겁니다. 국회다 경기도다 뛰어다닌 7년 동안의 결과요, 쾌거라고 하는군요.

 

경기도의회는 ‘기지촌 여성’을 보호·지원하여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꾀하고 경기도민의 올바른 역사관 정립과 인권증진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2020년 5월19일 관련 조례를 제정하였습니다. 「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조례제6631호)는 ‘기지촌 여성’의 복지향상 및 생활안정을 위한 책무를 도지사에게 두고 ‘임대보증금, 임대주택의 우선 공급 등 주거 지원’, ‘생활안정지원금 지급’, ‘의료급여’, ‘간병인 지원’, ‘장례비 지원’ 등을 실시하도록 하였습니다.

                                                                             경기연구원 공식블러그 https://blog.naver.com/gri_blog

 

 

이 결과는 기지촌의 형성과 누이들에게 강요한 희생이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정부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죠.

얼마나 훌륭한 일을 해낸 겁니까!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낸 겁니까!

대다수의 의정부 시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로 관심의 눈빛 한 번 안 줄 때, 누이들의 권익신장을 해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저질러 준 ‘두레방’의 역할은 얼마나 소중한 겁니까!

그런데 이곳도 조만간 사라질 처지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의순공주의 묘가 완전히 사라질 처지에 놓인 것처럼 이 ‘두레방’도 완전히 사라질 처지에 놓인 겁니다.

지금 ‘두레방’에는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요?

의정부 기지촌 양공주 누나들의 삶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공간인 ‘두레방’에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미군이 빠져나가면서 급속도로 노후화된 ‘빼벌마을’을 ‘새뜰마을’로 바꾸겠다는 야심찬 도시계획을 의정부시가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 사안에 현재 두레방이 있는 건물을 ‘복합커뮤니티센터’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들어있기에 조만간 사라질 운명에 놓여있는 것이죠.

 

조선을 살렸으나 환향년(還鄕女)이라 손가락질 당한 여인.’

‘대한민국을 살렸으나 양(洋)공주라 손가락질 당한 여인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힘 있는 제국주의와 힘없는 대한민국이 손을 잡고 일어난 합작품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가장 약한 고리에 ‘어떻게 이민족에게 몸을 버릴 수 있는가?’라는 어설픈 단일 민족주의 프레임과 ‘환향년’, ‘양공주’라며 손가락질한 나만 벗어나면 된다는 이기주의의 결과물이라는 겁니다.

의정부는 바로 이런 역사와 기형적인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거대한 공간입니다.

즉, 다르게 표현하면 의정부(議政府)라는 지역은, 힘 있는 제국주의와 힘없는 대한민국에 의해 발생한 우리 누이들의 희생을 치료해주는 ‘치유(治癒)와 평화(平和)의 땅’으로 되살아나야 한다는 말이 된다는 겁니다.

치유(治癒)란 치료(治療)하여 병(病)을 낫게 한다는 뜻입니다.

환향년이라 손가락질 당했던 의순공주나 양공주라 손가락질 당했던 우리 누이들에게 반성하는 마음으로 지금의 우리가 나서서 치료를 해드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손가락질 한 우리가 어떻게 치료를 해드려야 병을 나을 수 있을까요?

그건 오직 하나 ‘올바르게 기억하는 것’입니다.

 

의순공주 묘의 사건은 ‘문화재’로 지정이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명예회복도 되고 기억할 수 있는 존치물이 확보될 것이고 관리도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을까?

공무원이 말한 것처럼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이 약하다면,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을 높여드리면 되는 것 아닙니까?

전 시대에서는 평가절하(平價切下) 되어서 숨기려고 하거나 역사로 취급되지 못 하던 것들이 시대의 세계관이 바뀌면서 각광과 환호를 받는 사건은 무수히 많습니다.

비근한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양주의 조소앙(조용은) 선생 아시죠! 독립운동을 하셨음에 불구하고 이승만 정권의 반공 논리에 파묻혀 묘(墓) 조차 제대로 쓰지 못 하는 불운의 역사를 겪어야 했던 조소앙 선생. 그 가족들은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 노태우 정권 시대에 연좌제로 엮일까봐 아무도 가족이라는 소리를 안했습니다. 못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가보십시오. 친일청산이 화두가 되면서 양주 남면 황방리에 ‘조소앙선생 기념 공원’이 얼마나 잘 조성되어 있는지를. 그리고 그 가족들은 지금 얼마나 자랑스럽게 ‘조소앙 선생’을 칭송하는지를.

최근 속도를 내는 연천의 기황후 묘 발굴 작업도 이러한 예에 속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의순공주 묘를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법은 시대의 세계관이 바뀐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바꾸려는 의지와 실천이 있으면 됩니다.

지금 당장 말도 안 되는 공무원들의 이중적 잣대 행위 멈추면 된다는 이야깁니다.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입니까? 의순공주 묘는 문화재로서 상징성과 가치가 없는데 의순공주의 넋을 기리는 ‘의순공주대제’는 의정부시의 향토무형문화재 제17호(2015년 9월 24일 지정. (사)한국전통굿보존회/의순공주대제보존회 장영순 이사장)로 벌써 지정받았다는 게?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말이 있습니다. 몸체가 문화재로 인정받지 못 했는데 곁가지가 문화재로 인정받았다? 이걸 그 누가 이상하지 않게 생각하겠습니까? 제 말은 의순공주대제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잘 못되었다는 게 아닙니다. 곁가지보다 몸체가 가지는 상징성은 훨씬 더 컸을 텐데, 몸체는 문화재로 인정 할 수 없다는 식의 이상한 이중적 잣대 적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겁니다.

이런 비뚤어진 행정은 의정부 시민들이 나서면 해결됩니다. 의정부 시민들이 발굴하고 복원하여 의정부시를 움직인 사건은 ‘독립운동가 연암 윤원세’, ‘금오동 3.1운동 기념터’ 등 다양하게 많습니다. 공무원이 말 안 듣고 바뀌지 않으면 시민이 나서는 수밖에요!

 

기지촌 누나들의 삶이자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두레방’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레방’이자 과거 ‘성병검진보건소’였던 지금의 건물을 건드리지 말고 ‘기지촌 역사박물관’으로 지정하면 됩니다. 그러면 모든 갈등은 클리어해지는 겁니다.

새뜰마을사업으로 편성된 전체 예산의 약 50%가 되는 금액을 들여 카페, 베이커리, 공동생활룸, 회의실 등이 들어서는 3~4층 규모의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짓겠다 뭐하겠다 하는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발상을 뒤집어 ‘두레방’을 ‘기지촌 역사박물관’으로 승화시키면 되는 겁니다.

최근 뺏벌을 대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하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과거의 미군클럽, 양복점, 햄버거 가게 등을 복원하고 벽화 작업 등으로 아름답게 꾸며서 그 거리를 추억하는 사람과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여 생산성을 되살리도록 하자는 것이 주요 포인트인 거죠.

얼마나 훌륭한 생각입니까!

이런 새뜰마을사업을 누구 뭐라 하겠습니까?

그런데 굳이 우리 누이들의 삶이 그대로 남아 있는 역사적 상징물인 과거 ‘성병검진보건소’이자 현재 ‘두레방’ 건물을 부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관공서의 역할을 대신할 건물이 없어 굳이 ‘성병검진보건소’이자 현재 ‘두레방’ 건물을 부숴야만 하는 겁니까?

새뜰마을사업으로 편성된 전체 예산의 약 50%가 되는 금액을 퍼부어 가며 ‘성병검진보건소’이자 현재 ‘두레방’ 건물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만들어야만 속이 시원하겠냐 이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의정부 시민들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거죠.

뺏벌을 대상으로 미군클럽과 그 가게들을 추억해야 하는 사업인 새뜰마을사업을 진행하면서 굳이 연관시키지 않아도 되는 과거 ‘성병검진보건소’였던 ‘두레방’ 건물을 부수고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지을 것이냐?

아니면 뺏벌에서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배고픈 대한민국이 펼친 ‘정부포주제’에 ‘미군위안부’라는 이름으로 희생된 우리 누이들을 기억하기 위하여 과거 ‘성병검진보건소’였던 ‘두레방’ 건물을 이참에 ‘기지촌 역사박물관’으로 승화 시키면서 새뜰마을사업을 진행할 것이냐?

이것이 의정부시 공무원이 서있는 위치이자 의정부 시민들이 서 있는 현재의 위치가 되는 겁니다.

자! 이제 우리는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합니까?

의정부역에 일본군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이 버젓이 서있는 의정부에서 우리가 해야 할 선택은 무엇입니까?

이번 기회는 의정부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치유(治癒)와 평화(平和)의 땅으로 거듭 태어나는 의정부. 이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올바르게 기억하는 것’, 의정부가 ‘치유(治癒)와 평화(平和)의 땅’으로 거듭 태어나는 노력,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

 

“우리는 아픔의 공간인 이 건물에 숨을 불어넣으며 치유와 평화의 공간으로 승화시켜 현재까지 기지촌 여성들과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의 장으로 굳게 지키며 가꾸어 왔다”고 강조했다.

두레방은 “이런 계획을 세우기까지 우리와 단 한 번의 만남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의논할 시도조차 없었다는 것에 분노한다”며 “이는 단순히 시 소유라는 명목으로 ‘쫓아내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의 단순 무식한 탁상공무”라고 지적했다.

또 “문화도시를 꿈꾸는 의정부시가 기지촌의 과거를 지워버리고 어떤 문화도시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경기도와 경기여성가족재단은 ‘기지촌 여성 생활실태 및 지원정책 연구보고서’에서 두레방 건물을 근대건축문화유산 지정 및 평화박물관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지촌 여성 성병 검진 현장이었던 보건소의 원형을 보전하고 기억의 공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기지촌 여성 문제를 알릴 수 있도록 교육하라”고 요구했다.

 

                                                                                    두레방 “빼뻘마을 복합커뮤니티센터 백지화하라”

                                                                   “기지촌 여성 기억할 수 있게 성병검진보건소 원형 보전해야”

                                                                                                              경기북부시민신문 2022-02-25

 

 

 

 

 

 

 

 

이문상 기자 jusink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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