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박사 칼럼> 평화의 소녀상 논쟁

2022.09.08 11:07:40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부끄러운 찬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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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일본 정부가 사죄를 표명하고,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10억엔(약 107억원)을 출연하는 대신,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했다고 인정하는 내용의 한일 당국의 합의를 피해당사자들과 사전 협의없이 비밀리에 진행하여 발표했다. 이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가족을 대리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016년 3월 헌법소원을 냈다. 2019년 12월 30일 헌법재판소는 ’12·28합의가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위안부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선 곳은 민간단체들이다. 1992년부터 일제강점기 당시 정신대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중에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소속 할머니들의 주도로 서울 종로구 중학동에 있는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측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하는 항의 집회가 30년째 열리고 있다.

 

9월 7일에는 “제1560차 일본군 성노예 문제해결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최근에는 이를 반대하는 ‘위안부법 폐지국민행동’이 나와서 정의연 해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이념간, 진영간 갈등의 상징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 여기에 『반일종족주의』 같은 책을 집필한 일부 학자들의 동조는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을 무색하고 만들고 있는 처사로 보인다.

 

 

이영훈은 “헌병과 경찰이 길거리의 처녀를 납치하거나 빨래터의 아낙네를 연행하여 위안소로 끌어갔다는 통념은 단 한 건의 사례도 확인되지 않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면서 위안부의 강제연행 사실을 극구 부인하며 일제의 침략행위를 옹호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이나 수탈은 없었다며 위안부를 ‘단지 불행하고 불쌍한 여성’으로 매도한다. 심지어 위안부들을 미국 목화농장의 흑인 노예에 비유하며, 성노예가 아니라 성(性) 노동자였다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수요집회는 멈추지 않았다. 1000회째인 2011년 12월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으로 상징 조형물이 세워졌다. 이름은 ‘평화비’였다. 평화비는 높이 130cm에 치마저고리를 입고, 짧은 단발머리와 손을 움켜쥔 소녀가 의자에 앉은 채 일본대사관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평화비 옆에는 작은 빈 의자가 놓여 있다. 표지석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쓴 평화비 문구와 함께 "1992년부터 이 곳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의 천 번째를 맞이함에 그 숭고한 정신과 역사를 잇고자 이 평화비를 세운다"고 적혀있다. 이 평화비를 계기로 '평화의 소녀상' 또는 ‘소녀상’으로 널리 알려졌고, 세계 곳곳에 세워졌다.

 

한편 재미동포 청소년들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영어책 ‘PEACE TO THE COMFORT WOMEN'(위안부를 위한 평화 쟁취)을 최근 출간(화랑청소년재단刊)했다. ‘과거의 그리고 생존한 위안부들의 여정을 돕는 우리 여행의 모음집’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한국에서 출판돼 8월 8일부터 전량 미국 내 시립, 주립 도서관 등과 각급 학교에 보내졌다. 책은 모두 102쪽의 분량이다.

 

이 의미깊은 책을 발간한 곳은 미국에 있는 화랑 청소년재단(총재 박윤숙)이다. 재단은 한국 동포 청소년들의 꿈과 비전을 키워주기 위해 2006년에 설립되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남가주와 북가주, 보스턴과 하와이, 애리조나 등 미국 전역에 32개 지부, 한국과 우크라이나,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프랑스, 독일 등 14개국에 21개 지부를 두고 있다.

 

박윤숙 총재는 “이 책은 위안부를 기리기 위해 미국에서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선 글렌데일시와 시의회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다시 한번 일본 제국주의에 피해를 본 위안부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영어로 글을 쓰고, 사진과 삽화를 삽입해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책에는 그동안 재단이 주최한 일본군 위안부 관련 포럼 등 행사 리뷰,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2012년 ‘일본군 위안부의 날’을 제정·선포하고 이듬해 평화의 소녀상을 시 공립공원에 건립한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와 시 중앙도서관에 전하는 감사 편지 등이 들어있다.


 

 

또 앨리스 문, 케이트 박, 정호연, 아리사 정, 안시현, 브리안 여, 자넷 킹 등 화랑 청소년들이 쓴 위안부 관련 에세이와 리즈 하, 제이슨 표, 아일린 리, 조안나 진, 안젤라 공 등 학생들이 그린 관련 삽화도 담겼다.

 

케이트 박 학생은 에세이에서 “독일 정부는 유대인 집단학살을 인정하고 영원히 잊지 않도록 맹세하지만, 일본은 위안부 여성에 대해 진솔하고 충분한 사과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역사를 교과서에서 삭제하고 그들을 기념하는 동상을 제거하려고 한다”며 “이 때문에 위안부들은 전쟁 중에는 가해자들로부터, 전쟁 후에는 모국으로부터 굴욕과 억압을 당했다”고 서술했다.

 

책 발간에 도움을 준 현지 글렌데일시 프랭크 킨테로 시장은 인터뷰에서 “위안부 대부분은 청소년들-정말 어린 소녀들-이고, 그들의 삶은 파괴돼 다시는 한국, 필리핀, 중국 등의 나라로 돌아갈 수 없다. 제게 위안부가 중요한 이유는 인간적인 면과 우리가 이 여성들(생존자)을 존중하는 것이 값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 일본 제국군이 그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기록하고, 마침내 일본 정부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 젊고 무고한 소녀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정의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코리안뉴스 애틀랜타”의 보도에 의하면, 소녀상 건립을 두고 한인사회가 찬반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틀랜타에는 2017년 브룩헤이븐 시 블랙번 공원에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이 세워졌다. 현지 한인회에서는 올해 8월15일 광복절 기념행사에 즈음하여 애틀랜타 한인회관에 제2의 소녀상을 설치하기로 하고 이를 한인회 이사회에서 통과되었으나, 김일홍 전 한인회장을 비롯한 전직 회장 5명의 반대에 부딪혀 보류되고 있다. 김씨는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이유로 소녀상 설치가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애틀랜타 한인들은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여 현재 800여 명에 가까운 한인들이 제2 소녀상 한인회관 설치를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결과가 주목된다.

 

 

 

이문상 기자 jusink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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