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 400선 이해와 감상

2022.10.13 09:06:36

23. 송화강 뱃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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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송화강 뱃노래

 

                                                         -김동환

 

 

새벽 하늘에 구름장 날린다.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구름만 날리나

내 맘도 날린다.

 

돌아다보면은 고국이 천 리런가.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온 길이 천 리나

갈 길은 만 리다.

 

산을 버렸지 정이야 버렸나.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몸은 흘러도

넋이야 가겠지.

 

여기는 송화강, 강물이 운다야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강물만 우더냐

장부(丈夫)도 따라 운다.

 

(『삼천리』, 1935.3)

 

 

<이해와 감상>

식민지 백성들에게 민족 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한 의도로, 역사적 사실을 작품에 투영시켜 현실 상황에 맞서 싸우는 저항 의지를 보여 주던 김동환도 일제의 탄압이 심해지자 ‘나라 찾기의 시’를 버리고 민요시로 전향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 작품이 바로 <송화강 뱃노래>이다. 김억, 김소월로 대표되는 기존의 민요시가 다분히 여성적 취향의 애틋한 정감을 갖는 데 반해, 김동환의 민요시는 강한 남성적 어투와 활달한 가락을 바탕으로 한 건강미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 시는 고국을 떠나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는 장부의 씩씩한 기상이 민요풍의 가락 속에 굴절되어 다소 애절한 느낌을 배태(胚胎)하고 있으며, 각 연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1행에서는 고국을 떠나가는 시적 화자의 애절한 심경을 표현하고 있으며, 2행에서는 애절함을 극복하기 위한 시적 장치로 노젓는 의성어를 그대로 차용하는 한편, 3・4행에서는 근심과 걱정을 해결하기 위한 시적 화자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앞날이 순탄치 못할 것을 암시하는 ‘구름장’과 앞으로도 ‘만 리’를 더 가야할지 모른다는 막막함, 그리고 화자를 따라 ‘송화강’도 섧게 운다지만, 몸은 떠나왔어도 마음만은 고국땅에 가 있다는 화자의 말은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 짐작되나 왠지 가슴이 허전할 뿐이다.

이문상 기자 jusink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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