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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일반

한국 현대시 400선 이해와 감상

아임뉴스-우리가 언론이다. 시민 기자단! |

 

25. 금잔디

 

                                                            -김소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深深)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개벽』 19호, 1922.1)

 

 

 

<이해와 감상>

 

임을 잃은 비극적 정한(情恨)이 봄의 생동감과 어울림으로써 한층 더 슬픔을 느끼게 하는 이 시는 보여 주고 들려 주는, 이른바 ‘노래하는 시’의 전형으로서 ‘잔디 / 잔디 / 금잔디’와 같은 리듬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죽어 돌아오지 못하는 임과 해마다 임의 무덤가에 돋아나는 금잔디를 대비시키는 방법을 통해 임에 대한 그리움을 간절하게 나타냄으로써 임의 뜨거운 사랑의 불길처럼 피어난 금잔디로 인해 ‘무덤가’를 찾아온 봄이 더욱 원망스럽고, ‘가신 님’이 한층 더 그리워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봄이 왔네 / 봄빛이 왔네 / 봄날이 왔네’라는 점층적 표현은 봄이 왔음을 강조하는 한편, 임의 부재를 더욱 절실하게 나타낸다.

 

이렇듯 소월에게 있어서 임의 죽음은 부활을 예비하는 죽음도 아니고, 임의 떠남은 돌아올 것을 준비하게 하는 떠남도 아니다. 그러므로 소월은 임의 죽음 그 자체, 임의 떠남 그 자체를 노래함으로써 그의 임은 현재나 미래의 임이 아니라 항상 과거 속의 임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이 작품에서도 소월은 금잔디를 바라보며 과거 속의 임을 그리워하거나 돌아오지 못할 임을 체념으로 이겨내려는 몸부림만을 보여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