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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일반

한국 현대시 400선 이해와 감상

27. 접동새

아임뉴스-우리가 언론이다. 시민 기자단! |

 

 

접동새

 

                                                          -김소월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 가며 슬피 웁니다.

 

* 불설워 : 평안도 사투리로 ‘몹시 서러워’의 뜻.

 

(『배재』 2호, 1923.3)

 

<북한에서는 접동새 남한에서는 소쩍새라고 불림>

 

<이해와 감상>

 

설화적 모티프를 활용한 민요적 분위기의 작품이다. 의성어 ‘접동 / 접동’과 모음과 모음 사이의 자음을 탈락(ㅎ) 및 교체(ㅂ>ㅸ>w)하여 ‘아우래비’를 활용하여 리듬감을 살린 부분을 통해, 일상적 언어를 자기 것으로 육화(肉化)한 소월의 천부적 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비서술적 형식인 압축과 비약의 표현 방법을 활용하여 감동을 극대화 하고 있다.

 

‘오랍동생’ 중 하나인 화자는 2·3연에서 접동새에 얽힌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제시하다가, 4연에 이르러 주관적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즉 ‘누나’를 ‘우리 누나’라고 하여 독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고 독자를 화자와 일체화(동일시)하게 함으로써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찾아와 우는 누나의 슬픔과 어린 동생들의 그리움을 화자는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새를 자유와 비상의 표상이라고 하지만, 누나의 분신인 접동새는 동생들 때문에 자유롭게 날아가지 못하고 지상에 남아 있다. 자유와 구속의 모순된 이중성을 갖는 접동새가 ‘한’의 표상이라면, 이는 한국인의 의식 구조에 내재해 있는 한의 세계를 그려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