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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멧돼지와 춘몽

e뉴스와이드 김건화 칼럼 기자 |

우리 동네 뒷 산 산속에는 사악하고 흉폭한 멧돼지 무리들이 살고 있었다.

특히 두목 멧돼지는 간사하고 평상시에 다리를 쩍 벌리는 태도와 함께, 말을 할 때에는 항상 도리질(좌우로 심하게 머리를 흔드는)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 멧돼지들은 5년 전만 하더라도 산 아래 밭작물 까지만 파헤치다가 식솔이 늘어나자 언제부터인가 개울을 건너 동네 앞 가가호호 쌓아 놓은 농작물까지 아작 내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밭일하던 마을 청년을 들이박아 부상까지 입히는 사건을 발생시킨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음을 한탄하고 마을 청년들끼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멧돼지 포획 작전을 짜고서 멧돼지를 잡을 영리한 사냥개 한 마리를 윗동네에서 조달해 왔다. 사냥개 이름은 조였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다행히 멧돼지 출몰은 줄어들었고 농작물과 밭작물의 피해 또한 현저히 줄기 시작했다. 멧돼지들은 그 조 때문에 더 이상 마을 어귀에 심어 놓은 옥수수와 맛난 고구마를 파헤쳐 먹을 수 없음을 직감하고 어떻게든 조를 어금니로 들이박아 죽이거나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목 멧돼지는 같은 종의 멧돼지 외에 산짐승 대부분을 불러들여 산중 회의를 열기 시작했다. 멧돼지 두목은 좌우로 머리를 도리질 하며 산짐승 들에게 말을 이었다. "저 조 때문에 더 이상 맛있는 고구마를 먹을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여기서 쫓겨나면 네놈들도 마찬가지로 고구마, 옥수수 등 챙겨 먹을 재간이 없을 것이고 앞으로 조 그놈이 네놈 들을 가만 둘리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멧돼지가 밭을 헤집어 놓고 잔치를 벌이고 나면 온갖 산짐승, 들짐승들이 떼거지로 나타나 파헤쳐진 밭작물을 손쉽게 헤쳐 먹을 수 있는 공생 관계에 놓여 있었기에 고라니, 토끼, 쥐, 날짐승 등은 한 패거리나 다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때 대장 고라니가 말을 이었다.

"저 조를 마을 사람들이 알아서 쫓아 낼 수 있도록 우리가 죄를 만들어 씌워 보자."

 

이에 동의한 멧돼지는 마을 사람들 몰래 닭장에 들어가 몇 마리 죽이고 한 마리를 잡아다가 털을 뽑아서 조 집 앞에 던져두면 고라니는 동네 사람들에게 조가 닭장 앞에서 어슬렁 거리는 것을 목격 했는데 오히려 멧돼지에게 모함까지 하고 다닌다며 소문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시렁에 걸어둔 굴비까지 훔쳐다 새끼들에게 가져다 준 것을 동네 고양이가 증인이라며 고양이를 앞장 세웠다. 아랫마을 동양에서 상경한 그 고양이는 조 하고는 원래부터 앙숙이었던지라 없는 굴비 대가리와 가시가 증거라며 우기기 시작하니, 그럴싸한 고양이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믿기 시작했고 잡으라는 멧돼지는 안잡고 가축과 주인장 반찬이나 훔쳐 먹는 못 쓸 사냥개로 오인하기에 이르러 겉과 속이 다른 조를 쫓아 버리는 데에 마을 사람들은 끝내 합의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웃하는 옆 동네에서 용맹으로 소문이 자자한 사냥개를 새로이 데리고 왔다. 마을 사람들은 그 사냥개를 추라고 불렀다.

 

조가 쫒겨 난 마을의 고구마 밭과 옥수수 밭은 다시 멧돼지들의 잔치상이 되었다. 승리에 만끽한 멧돼지와 고라니, 토끼, 쥐, 날짐승 등은 만세를 부르며 온 동네가 시끄러울 지경에 놓였고 그날 밤 마을어귀 밭 두령에는 산짐승, 들짐승, 날짐승 등이 다시 모여 삼각연대의 동업자 정신을 고취하는데 더욱 용기를 내어서 서로 앞장서자고 소리 높이고 있었다.

이때 과연 추 다운 모습으로 조금도 주저함 없이 앞장 선 멧돼지 급소를 용맹하게 물고 늘어졌다. 온 동네가 떠나갈 듯한 멧돼지 비명 소리에 고라니, 토끼, 쥐, 날짐승 등이 긴장하고 마을 사람들에게도 경각심을 일으키게 했다. 그러나 산짐승, 들짐승, 날짐승 삼각연대의 동업자들이 곧 반격하여 추를 몰아 세우니 아무리 용맹한 추도 어쩔수 없이 멧돼지 목을 놓아 줄 수 밖에 없었다. 이날 밭두령 싸움으로 추는 내상을 입고 다시 이웃하는 옆 동네로 돌아가기에 이르렀고 멧돼지 두목 또한 부상이 심하여 두목 자리를 다른 멧돼지에게 넘길 수 밖에 없었다. 물러나는 멧돼지 두목은 남은 멧돼지 들을 향해 일장 연설을 했다.

 

“우리가 이 산속에서 터 닦은지 벌써 70년 째다. 그 동안 지금과 같은 위기는 없었다. 여기서 밀리면 우린 코가 닳도록 산속 땅을 뒤져서 칡뿌리나 파먹고 살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동네 사람들이 경작한 논밭을 사수해야 한다. 나는 오늘 여기를 떠나서 사람으로 변신하여 동네 이장 선거에 출마 할 준비를 해야 된다. 동네 사람들 중에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고 그 동안 우리가 헤집어 놓은 논밭에서 그들도 나름 덕을 본 사람들이기에 나를 지지하는 머저리들이 내가 당선되면 그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착각 하는지 몰라도 극성인 자들도 있다. 그러니 너희들이 굳건하게 이 자리를 지키면 우리의 미래는 영원 할 것이다! ”

 

그는 여전히 ‘도리도리’ 도리질 하며 갈라진 목소리로 확신에 찬 듯 말했으나, 그의 눈에 비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감출 수 없었다. 계란판에서 기사를 읽고 지나가는 산중 바람이 흘린 바람 소리에 내가 왕이 될 상이요! 하고 착각도 해 보았지만, 사실 아는 것이 없으니 무식이 폭로 되어 두렵기만 했다.

 

그런 와중에 조가 닭을 잡았다는 누명을 벗었다. 닭 목을 비튼 자리는 누가 봐도 멧돼지 어금니 자국이기에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진범을 밝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굴비 사건도 그 동ㄱ네 사냥개 새끼 친구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진실이 드러나 이제 마을에서 반대 하는 사람들조차도 조의 충성심에 서서히 의심을 거두는 형국이었고 그 분위기에 맞춰 마을의 많은 사람들은 추의 빠른 회복과 마을의 정상화를 기원했다.

 

위 내용의 픽션은 어느 페이스북 네티즌 글을 원작으로 하여 각색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