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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일반

한국 현대시 400선 이해와 감상

(3) 비둘기

아임뉴스-우리가 언론이다. 시민 기자단! |

 

(3) 비둘기

                                                          -이광수

 

 

오오 봄 아침에 구슬프게 우는 비둘기

죽은 그 애가 퍽으나도 설게 듣던 비둘기

그 애가 가는 날 아침에도 꼭 저렇게 울더니.

 

그 애, 그 착한 딸이 죽은 지도 벌써 일년

<나도 죽어서 비둘기가 되고 싶어

산으로 돌아 다니며 울고 싶어> 하더니.

 

(『조광』, 1936.5)

 

 

민족주의에 입각한 계몽적 문학관으로 일관했던 춘원의 문학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이 작품은 비둘기를 소재로 하여 죽은 딸아이에 대한 슬픈 기억을 그린 2수의 연시조로 300편이 넘는 그의 많은 시가 중에서 가장 예술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느 봄날 아침, 작가는 비둘기가 되고 싶다던 아이의 말을 떠올리며 저 새가 혹시 아이의 혼령이 현신(現身)한 것이 아닐까 하는 진한 육친의 정을 느끼고 있다. 병실 창가로 날아들던 비둘기를 바라보며 그 비둘기처럼 건강한 삶을 갈망하던 딸아이의 모습과, 일년 전 아이의 임종을 지켜보던 가슴 저린 아픔들이 아침에 듣게 된 비둘기 울음 소리와 더해져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봄의 생동감과 아이의 죽음을 대조시키는 방법으로 자신의 슬픈 마음을 강조하는 한편, 두 수의 마지막을 ‘-더니’로 끝맺음으로써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괴로움과 그리움을 간신히 억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