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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일반

한국 현대시 400선 이해와 감상

(4) 샘물이 혼자서

아임뉴스-우리가 언론이다. 시민 기자단! |

 

 

4. 샘물이 혼자서

 

                                                        -이광수

 

 

샘물이 혼자서

춤추며 간다.

산골짜기 돌 틈으로

 

샘물이 혼자서

웃으며 간다.

험한 산길 꽃 사이로

 

하늘은 맑은데

즐거운 그 소리

산과 들에 울리운다.

 

(『학우』 창간호. 1919.1)

 

 

<이해와 감상>

 

이 시는 3・1 운동이 일어나기 두 달 전, <불놀이>를 발표하기 한 달 전인 1919년 1월, 일본 교토(京都) 유학생회 기관지인 『학우』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 시는 원래 <에튜우드>라는 큰 제목 아래의 다섯 작품 중의 한 작품으로 발표되었다가, 후에 시집 『아름다운 새벽』을 간행하면서 <샘물이 혼자서>라는 제목이 붙게 되었다. ‘에튜우드’란 학습(etude)의 뜻을 지니는 불어로서, 이러한 제목을 붙인 것을 보면, 습작의 의도로 시를 쓴다는 그의 겸손한 시작(詩作) 태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비록 습작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주요한은 이 <에튜우드>를 통해서 자유시의 차원을 새로이 개척하여 보여 주었고, 이로 말미암아 한국의 근대시는 그 가능성을 부여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춤추며’, ‘웃으며’, ‘산골짜기 돌 틈으로’, ‘험한 산길 꽃 사이로’ 밝고 광활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샘물의 행로는, 이 시가 화자와 시적 공간 모두 점차 확대되어 가는 ‘열림의 시’임을 알게 해 준다. 이것은 암울한 시대일수록 희망찬 내일을 예시해야 하는 시인의 초인적(超人的)・예언자적 역할을 의미하는 한편, 우리 민족이 지향해야 할 미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으로 새 삶을 열려는 시인의 소망이 반영되어 있다.

 

이 시의 운율적 특징을 살펴 보면 ‘샘물이 / 혼자서 / 춤추며 / 간다 // 산골짜기 / 돌 틈으로’의 배열로 각 연의 1・2행은 모두 4음보로, 3행은 2음보로 구성되어 있으며, ‘간다’를 제외한 모두가 3(4)음절을 1음보로 하는 우리 시가의 전통적 율격 단위를 보여 주고 있다. 또한 1・2연을 부사어로 끝내어 동적인 방향성과 미완성 상태를 나타내고 있으며, 3연은 서술형 종결 어미로써 시상을 마감하고 있다.

 

계몽성과 교술성의 완전한 청산, 3(4)・4조의 정형률 탈피, 균형미 있는 자유시형 확립, 영탄적 어조를 배제한 절제된 감정, 세련된 구어체, 특히 ‘험(險)한’을 제외한 순우리말 사용 등은 동시대의 시 가운데서 이 작품을 가장 뛰어난 것의 하나로 평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