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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일반

한국 현대시 400선 이해와 감상

6. 빗소리

아임뉴스-우리가 언론이다. 시민 기자단! |

 

6. 빗소리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폐허 이후』, 1924.1)

 

 

서정시의 본질이 세계의 자아화, 즉 시적 자아에 의한 객관적 세계의 주관화에 있다면, 이 작품의 시적 자아는 객관화된 세계[비]를 자기만의 주관적 내면 공간에 용해시킴으로써 이 시를 한 편의 훌륭한 서정시가 되게 하였다.

 

1연은 어두운 밤, 뜰 위에 내리는 비의 모습을 선명한 회화적 이미지로, 2연은 비가 오려는 조짐을 시각과 촉각이 교차한 감각적 이미지로 묘사하고 있다. 3연은 1・2연의 객관적 비유를 주관적 비유 감각으로 바꾸어 비 내리는 상태를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마지막 4연은 3연에서 ‘다정한 손님같이’ 내리던 비가 시적 자아와 합일되는 순간을 노래함으로써 ‘남 모를 기쁜 소식을 / 나의 가슴에’만 전해 주는 비를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이와 같이 사물을 더욱 선명하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영상 수법(映像手法)을 통해 선명하고도 구체적인 이미지 제시에 성공하고 있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이 작품은 단순히 자연을 노래한 서정시일 수도 있고, 시적 자아의 마음을 빗소리에 의탁하여 조국 해방의 꿈을 표현한 상징시일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동시풍(童詩風)의 정감어린 서정과 섬세한 이미지가 돋보이며, 후자의 경우라면,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와 같은 표현에서 그와 같은 특징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어미 닭이 날개를 펼쳐 병아리를 품어 주듯, 비가 대지를 촉촉히 적셔 주듯, 질곡(桎梏)의 식민지 현실을 포근히 감싸 안고 민족에게 ‘남 모를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나타나 있다고 하겠다.

 

이 작품의 특징은 감각적 형상 능력의 우수성 이외에도, 일체의 한자어를 배제하고 순수한 우리말의 율감을 살려 밝고 서정적 감각을 노래함으로써 우리말의 세련성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에 나타난 탁월한 이미지는 30년대나 되어야 진정한 이미지스트가 등장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분명 이 시는 당시로는 수작(秀作)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