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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일반

한국 현대시 400선 이해와 감상

9. 벽모(碧毛)의 묘(猫)

아임뉴스-우리가 언론이다. 시민 기자단! |

 

9. 벽모(碧毛)의 묘(猫)

 

                                                -황석우

 

 

어느 날 내 영혼의

낮잠터 되는

사막의 수풀 그늘로서

파란 털의

고양이가 내 고적한

마음을 바라다보면서

(이 애, 너의

온갖 오뇌(懊惱), 운명을

나의 끓는 샘 같은

애(愛)에 살짝 삶아 주마.

만일에 네 마음이

우리들의 세계의

태양이 되기만 하면,

기독(基督)이 되기만 하면.)

 

(『폐허』 창간호, 1920.7)

 

 

 

<이해와 감상>

 

 우리 현대시사에서 최초의 난해시(難解詩)로 평가받고 있는 이 작품은 ‘영혼의 구제’라는 관념적 사상으로 인해 발표 당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고 한다. 먼저 ‘벽모(碧毛)’는 파란 털을 의미하며, ‘묘(猫)는 고양이를 뜻한다. 괄호로 묶인 7행 이후의 시행은 푸른 털의 고양이가 시인에게 속삭이는 영혼의 대화로, 이처럼 이 시는 형식에서부터 매우 특이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 시에 등장하는 ‘고양이’와 ‘나’는 모두 시인의 분신으로서 ‘고양이’는 심성의 간교한 악마적 모습이요, ‘나’는 심성 본래의 선한 모습이다. 즉,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악(惡)의 고양이가 본래적 자아이며, 현상으로 나타나는 나의 선(善)한 모습이 현실적 자아이다.

 

 어느 날 영혼의 낮잠터인 사막 위 숲 그늘에서 안식을 취하던 나는 고양이를 만난다. 영혼의 낮잠터인 그 곳은 사막과 숲 그늘이 어우러진 곳으로, 악과 선이 함께 존재하는 시인 자신의 마음이다. 그 때, 고양이가 내게 다가와 “내 삶의 태양과 기독이 되어준다면, 네가 가지고 있는 온갖 고뇌와 운명을 나의 끓는 샘 같은 사랑으로 구제해 주겠다.”고 속삭인다. 여기서 ‘태양’과 ‘기독’은 삶의 구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고양이가 시인에게 속삭이는 말은 “선하게 살아가는 데서 발생하는 모든 괴로움과 운명을 구제하여 강하고 철저한 삶으로 변모시켜 주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