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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일반

한국 현대시 400선 이해와 감상

21. 북청(北靑) 물장수

아임뉴스-우리가 언론이다. 시민 기자단! |

 

21. 북청(北靑) 물장수

 

                                               -김동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 ―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린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동아일보』, 1924.10.24)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일상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북청 물장수를 소재로 하여 고향에 대한 향수를, 물장수를 하여 자식을 상급 학교까지 보냈다고 하는 그들의 근면성과 건강성을 통해 표현한 20년대의 수작(秀作)이다.

 

이른 새벽, 물지게를 지고 찾아오는 물장수는 ‘머리맡에 찬물을 퍼부어’ 나에게 건강한 하루를 열어 준다. 물 붓는 소리에 어렴풋이 깨어난 내가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어느새 사라진 대신, 고달픈 생활고(生活苦)로 상징된 ‘삐걱삐걱’ 하는 물지게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올 뿐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물장수의 모습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인과 물장수가 작품 속에서 하나로 합일되는 원숙한 표현 기교를 보여 주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즉, 물장수가 ‘새벽마다 고요히’ 시인의 ‘꿈길을 밟고’ 옴으로써 두 사람은 조우(遭遇)하게 되고, 그 순간 시인의 꿈은 시원한 ‘물에 젖’어 건강한 하루룰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도 근면하고 성실하여 애처롭게까지 느껴지는 북청 물장수, 그의 근면함이 도시의 새벽을 밝게 만들어 주고 우리의 아침을 풍요롭게 해 준다. 이러한 물장수와 맺어진 아침의 신선한 인간적 정(情)이 시인으로 하여금 ‘날마다 아침마다’ 물장수를 기다리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최하 계층인 물장수의 고달프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미화되거나 과장되지 않은 채 작품 속에 생생하게 용해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