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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산(山) 너머 남촌(南村)에는
-김동환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南)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제 나는 좋데나.
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너른 벌엔 호랑나비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제 나는 좋데나.
3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 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재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었다 이어오는 가는 노래는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조선문단』 18호, 1927.1)

<이해와 감상>
이상향을 추구하는 시인의 욕구가 자연과 융합되어 자연의 운율적 질서와 동화됨으로써 민요적 리듬을 창출하고 있는 이 작품은, <국경의 밤>과 <북청 물장수>에서 보여 준 북방의 억센 사투리와 강한 남성적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섬세하고 부드러운 언어 구사와 여성적 어조로 표현되어 있어, 시인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 주고 있다.
시인은 <국경의 밤>, <눈이 내리느니>와 같은 작품에서는 북방의 춥고 어두운 겨울을 배경으로 암울한 시대 상황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데 반해, 이 시에서는 겨울이 없는 ‘남촌’을 무대로 하여 그가 그리워하는 이상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진달래 향기’・‘보리 냄새’・‘호랑나비떼’・‘종달새 노래’로 대표되는 사랑과 평화의 낙원으로서의 ‘남촌’이 지니고 있는 희망과 사랑의 이미지는 시인으로 하여금 배나무 꽃 아래 서 계실 ‘님’이 비록 구름에 가려 보이지는 않더라도, 내게 전해 주는 사랑의 노래는 봄바람을 타고서 계속 들려오는 것으로 믿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