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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황희, 입 없는 보좌관 - ‘무구지보(無口之輔)’

세 개의 거울이란 ‘동감(銅鑑)’이라는 처신의 거울과 ‘사감(史鑑)’이라는 역사의 거울, 그리고 ‘인감(人鑑)’이라는 사람의 거울을 말한다.

아임뉴스-우리가 언론이다. 시민 기자단! |

‘거울’ 이야기다.

“우리가 세상에 나올 때 神은 거울 하나를 던져 산산조각을 낸다. 우리는 살면서 깨져 흩어진 거울 조각을 모으다 삶이 끝날 때가 되어 비로소 완성된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본다.”

 

누구의 말인 줄은 잘 모르겠다.

 

습작 노트에 낙서처럼 어지럽게 쓰여 있는 걸 보니 어떤 책을 보다가 베껴 놓은 것 같은데, 서명을 기록하지 않아 출전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 말을 홀로 곱씹어 보니 죽을 때가 돼 서야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보게 되고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는 의미 정도로 읽혀진다.

 

춘추 전국시대에 ‘묵자(墨子)’라는 철인이 있었다. 그가 말하기를 “군자는 물로 거울을 삼지 않고 사람으로 거울을 삼는다. 물로 거울을 삼으면 얼굴을 볼 수 있지만, 사람으로 거울을 삼으면 길흉을 알 수 있다.”라고 하였다.

 

[君子不鏡於水, 而鏡於人. 鏡於水, 見面之容. 鏡於人, 則知吉與凶.]

거울로서 인생의 길흉사뿐만이 아니라 나라의 흥망사까지도 깨달아 거울로써 천하를 다스렸던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당나라 태종 이세민이다. 그에게는 세 개의 거울이 있었다고 한다.

 

“구리로서 거울을 삼으면 의관을 바로 잡을 수 있고

옛일로서 거울을 삼으면 흥망과 성쇠를 알 수 있으며

사람으로서 거울을 삼으면 나의 잘잘못을 밝힐 수 있다.”

[以銅爲鏡, 可以正衣冠.

以古爲鏡, 可以知興替.

以人爲鏡, 可以明得失.]

 

당 태종이 가졌던 세 개의 거울이란 ‘동감(銅鑑)’이라는 처신의 거울과 ‘사감(史鑑)’이라는 역사의 거울, 그리고 ‘인감(人鑑)’이라는 사람의 거울을 말한다. 당 태종은 이 세 개의 거울로서 스스로 자신을 경계하는 ‘감계(鑑戒)’에 힘써 마침내 정관지치(貞觀之致)의 성세를 이루어 낸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

 

당 태종이 정관의 치를 이루어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 스스로가 역사에 정통하여 ‘창업’의 이치를 깊이 터득하였다는 점과 신하들의 간언(諫言)을 정책에 수용할 줄 아는 ‘수성’의 원리를 바르게 체득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는 역사의 거울인 ‘사감(史鑑)과 사람의 거울인 ‘인감(人鑑)’을 두루 활용하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태평성대를 구가하였던 성군의 반열에 올랐다.

 

특별히 ‘위징(魏徵)’이라는 인물은 비록 황제 앞이라도 언제든 서슴없이 바른말로서 황제를 질책하고 간언을 하던 신하였는데, 그가 죽자 당 태종 이세민은 위징이라는 거울 하나를 잃었다고 매우 애통해하였다 한다.

 

사마광이 쓴 중국의 편년체 역사서인 「자치통감(資治通鑑)」의 ‘통감(通鑑)’은 ‘흥망의 이치를 두루 꿴 역사의 거울’이란 뜻이다. 하나라의 패망을 은나라가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은감불원(殷鑑不遠)’과 같은 취지의 ‘사감(史鑑)’인 셈이다.

 

조선의 실학자였던 성호 이익 선생은 거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평을 남겼다.

“얼굴에 더러움이 있어도, 사람은 알려주지 않을 수 있다. 거울은 말을 하지 못하지만, 모습을 나타내 허물을 보여준다. 입 없이 도와주는 것이 입이 있는 것보다 나은 듯하다. 사람이 마음에 두고 살핀다 한들 어찌 무심히 다 드러나게 해주는 거울만 하겠는가?”

[面有汙, 人或不告. 以故鏡不言, 寫影以示咎.

無口之輔, 勝似有口. 有心之察, 豈若無心之皆露.]

- 『성호집(星湖集)』, 「경명(鏡銘)」 중에서

 

거울을 ‘입 없는 보좌관(無口之輔)’이라고 표현한 것이 참으로 이채롭다. 나는 거울이라곤 아침에 면도할 때와 운전 중에 자동차 백미러 보는 것 외에는 좀처럼 거울을 보는 일이 없으니 처지가 매우 민망하다.

 

자신의 실체를 좀 더 겸손히 알기 위해서는 주변에 늘 ‘입 없는 보좌관’을 두어 자신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인생사 도처에 널려있는 ‘인감(人鑑)’으로써 자신의 처신에 대한 귀감(龜鑑)으로 삼으며, ‘사감(史鑑)’을 정독하고 마음에 새김으로써 자신의 정신세계를 바로 잡는 일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촛불의 대의를 망각하여 대선과 지선에 참패하여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모당의 직업정치인들이 이번 기회에도 ‘은감불원’의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지리멸렬하게 당내 계파싸움에만 몰두한다면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과 우리 사회의 적폐에 대한 개혁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허망한 꿈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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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환 기자

시공간 속의 여러 사건과 사고들은 누군가의 매체에서 전달 된다. 그러나 과연 여러 사슬망과 얽혀 있는 기존 매체의 보도 현실에서 정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임뉴스는 이 논점에서 부터 시작하는 SNS 매체로서 인터넷 언론 리딩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