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2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김종대> 진상규명하려거든 이런 걸 해야지!

김태효는 김양건에게 돈 봉투를 내밀며 “북한은 사과가 아니지만 남측이 사과로 해석될 수 있는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북에 말한 모양이다.

아임뉴스-우리가 언론이다. 시민 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에 서해와 동해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태에 대해 “진상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훈 전 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장관의 자택에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었다. 지난 3주 동안 매일 같이 언론을 도배하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기 문란”, “안보 농단”에 대한 보도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다시 고개를 쳐드는 모양이다.

 

그동안 “북송어민 유엔사 허락 없이 판문점 통과”, “탈북 어민은 살인 흉악범이 아니라 탈북 브로커”, “서해 공무원 피살 관련 군 특수정보 삭제” 등 연일 가짜뉴스로 북풍놀이를 하던 한기호, 태영호, 지성호, 하태경 의원이 7월 말의 대정부질문에서 완전히 스타일 구기고 난 이후 3주 동안은 조용했었다. 그동안 국민의힘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TF’는 완전히 기능이 정지되어 버렸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이왕 이 나라 안보에서의 비극적인 사건을 진상규명하려거든 이 문제를 조사해봄이 어떠한가. 2009년 10월에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비밀 회동을 할 당시만 해도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에 강한 집착을 보이며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그런데 청와대 대북 강경파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태희 장관이 북한에 너무 오버했다”며 접촉의 의미를 왜곡·폄훼하면서부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이후 이 강경파들은 “북한은 곧 망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남북 접촉을 결렬시켰다. 2009년 11월에 우리 통일부와 북한 통전부가 접촉을 했는데 결렬됐다. 당시 북한 개성의 자심도 여관에서 북한 당국자 만남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다. 그 다음에 북한 보위부와 국정원이 접촉 했다가 또 결렬되었다. 그리고 2009년 11월에 대청도 인근에서 우리 해군이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가 NLL을 월선한 북한 경비정을 완파한 ‘대청해전’이 발생했다. 즉시 서해의 군사정세는 매우 심각하고 엄중하게 전개되었다.

 

이후 “북한이 서해에서 뭔 일을 벌일 것”이라는 정보가 군과 외교라인으로부터 폭주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2010년 1월이 되자 북한이 서해 4군단장으로 김격식 전 총참모장을 부임시키고, 김정일·김정은 부자가 서해에서 합동화력을 점검하였으며, 남 측에도 새로운 통항 질서를 제시하는 등 서해에는 일촉즉발의 긴장이 조성되었다.

 

이런 일련의 경고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북한을 약 올리는 접촉을 이어나가던 청와대는 고조되던 위험을 어떻게 관리했나? 당시 서해의 안보부담이 증대되자 국방부는 내실 있고 실효성 있게 대비한 것이 아니라 각종 함정, 전투기, 지상화력을 전부 보여주는 과시에 치중했다. 심지어 이런 합동전력 전개 계획을 <조선일보>에 보도되도록 했다. 거의 미친 수준이다.

 

그리고 2010년 3월에 천안함이 피격 당했다. 남북한의 정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하던 해군 천안함은 천연덕스럽게 접적 수역에서 장시간 해상에서 정박하면서 북의 잠수정, 해안포, 수상함의 위협에 모두 노출된 너무나 위험한 수역에서 장시간을 정박하는 이해할 수 없는 작전을 했다. 이는 무수한 북한의 도발 경고를 무시한 청와대와 군 수뇌부의 안일한 판단이 없었더라면 설명되기 어려운 현상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에 우리 고속정의 ‘밀어내기 기동’을 그토록 비판하던 자들이 자신들은 더 위험한 대형 수상함의 장시간 접적수역 해상 정박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는가. 이런 위험한 수역은 작고 빠른 고속정이 은신해서 경비해야하는 데 대형 함정이 뭘 믿고 바다 한 가운데로 무방비로 갔는가. 이건 원균이 칠전량 해전으로 안보를 말아먹은 사건에 비견된다. 나는 당시 북한의 구체적인 도발징후는 청와대의 김성한 안보수석,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이동관 홍보수석, 현인택 통일부장관에게 직접 전달되었다는 증언을 알고 있다. 비록 당사자들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무능과 무책임으로 점철되어 무고한 생명 46명이 서해에서 희생된 이런 안보 문란 사태를 조사해야 할 것 아닌가.

 

MB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따르면 “정상회담의 대가로 쌀과 비료를 달라는 북한의 요구에 우리가 응하지 않자 북한이 천안함 도발을 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2009년에 김양건을 만난 임태희 당시 노동부장관은 “북한은 정상회담 대가로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누가 옳은 것인가. 비극은 계속 이어졌다. 2010년 11월에 연평도에서 남북 간에 대규모 포격 교전이 벌어졌다. 북한의 포격 도발 직전에 우리 측의 K-9 자주포 해상 포격이 있었고, 이에 북한이 각종 포로 우리를 공격하는 구체적 ‘화력도발 징후’가 국방부 정보본부에서 최소 3차례 이상 군 지도부에 보고되었다. 이런 구체적인 정보보고를 무시하다가 북한의 포격에 군인 2명,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더 황당한 일이 있다. 천안함 사건이 있고 나서 김태효 당시 대외전략비서관이 베이징에서 북측의 김양건을 또 만났다. 그 자리에서 김태효는 김양건에게 돈 봉투를 내밀며 “북한은 사과가 아니지만 남측이 사과로 해석될 수 있는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북에 말한 모양이다. 이후 김태효 비서관은 “북한이 하도 만나달라고 해서 만났다”며 궁색한 해명을 했다.

 

이게 바로 국기문란이다.

안보 문란이란 이런 걸 말하는 거다. 그런데도 2012년에 MB 회고록이 출판된 이후 김태효 전 대외전략비서관이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전 정권의 잘못을 우리가 다 바로잡았다'는 취지의 발언들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국민은 앞으로 정부가 섣불리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면 호통을 칠 거다”라고 하더라. 그동안 김 비서관이 열심히 북한을 만나는 동안 서해에서 우리 국민은 계속 희생되었다. 구체적인 위험과 도발에 관한 정보는 어떻게 처리했나?

 

북한을 접촉한 당사자인 그가 북한을 잔뜩 약 올리면 그 다음에 우리 국민이 보복당하는 패턴은 몇 번 반복되었나? 그가 이명박 대통령 당시의 안보 책임자로서 군에 어떤 조치를 전달했는지 규명해야 할 것 아닌가. 이런 안보문란을 국정조사든, 검찰 조사든 해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거다. 게다가 김태효 비서관의 군 댓글공작 개입으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재판도 끝나지 않았다. 터 놓고 이야기해 보자. 국기문란은 누가 한 것인가.

 

그런 그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안보1차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해서 소위 대북 ‘담대한 구상’이라는 걸 내놓았다. 이건 또 뭔가? 북한이 호응하고 대화하자고 나오면 또 대화하겠다는 건가? 정상회담은 할 건가? 그러고 나서 이제 칼을 쥔 그들이 문재인 정부의 안보문란을 조사하겠다며 전직 안보책임자들을 압수수색한다. 누구 하나 죽을 때까지 끝까지 한 번 해보자는 이야기? 진심인가? 똑바로 말하라. 진심인가?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김건환 기자

시공간 속의 여러 사건과 사고들은 누군가의 매체에서 전달 된다. 그러나 과연 여러 사슬망과 얽혀 있는 기존 매체의 보도 현실에서 정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임뉴스는 이 논점에서 부터 시작하는 SNS 매체로서 인터넷 언론 리딩을 지향한다.